발길을 옮겨 더 멀리 볼 수 있는 풍경을 가까이할 때, 우리는 어렵지 않게 건물들과 자연이 엉켜있는 모습을 마주한다. 각각의 건물들은 비슷한 듯 모두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고, 산과 나무, 구름은 닮은 듯 자연히 다양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건물이라는, 자연이라는 큰 범위로 구분되지만, 자세히 들여다본 각각은 매우 다채롭다. 서로 다른 모습과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함께 있는 풍경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평생을 함께해 온 익숙한 모습이다.
여유있는 숨을 들이쉬며 넓게 볼 때 보이는 이런 익숙한 풍경은 우리에게 편안함과 안도감을 준다.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 소속되어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 서로를 미워하고, 욕하기에는 우리는 이미 서로에게 가깝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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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 온라인 네트워크의 발전 등으로 인해 세계적인 소통과 교류가 가능해지면서 크고 빠른 변화가 발생했다. 하지만 너무 성급했던 탓인지, 큰 발전만큼 수많은 오류가 발생했다. 산업의 발전 정도와 시민의식 사이의 간극이 생겨났고, 그로 인한 혼란이 등장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로 쏟아지는 정보의 파도 속에서 현대인들은 수영할 줄 모르는 아이가 돼버린 것이다.
우리는 여러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흡수하는 것에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받아들이기 위한 시간과 여유가 주어지지 않으니, 이미 가지고 있던 것과 비교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익숙하거나 비슷하면 선호하고, 낯설거나 다르면 불호하게 된다. 그렇게 개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현대에 혐오와 차별 또한 존재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가 공유하고 있는 공통점보다 다른 점에 집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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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의 사람들은 많이 다르지만, 그럼에도 유사한 감정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간다. 나의 작품과 마주하는 순간, 함께 살아가기에 경험할 수 있는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끼기를 바란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풍경, 멀지 않게 느껴지는 공간으로 다가가길 희망하며, 함께 감상하는 이들과의 연결을 경험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