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그릴까 하는 의무보다도 무엇을 그리고 싶은가 하는 욕망 내지 취향에 따라 풀어내는 것이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가지는 본인의 태도를 더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다.
얼룩은 묵묵히 시간을 이겨내며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처지를 공유하는 동시에 흥미를 자극하는 것을 그리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욕망이 투영된 심리적, 시각적 대상이다.
구체적인 대상이지만 비현실적인 얼룩의 형상은 느낌 감각만 있는 추상화의 틀에서 벗어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아닌 철저하게 현실에 발 디딘 추상화를 가능하게 하여 하찮은 것의 예기치 못한 쓸모를 예술로 승화 시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