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한 포기 혹은 나무 한 그루도 동등한 생명의 가치를 지닌 자연의 일부다.
그렇기 때문에 저마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며,
대자연이 경이로울 수 있는 것은 그 안의 동등한 아름다움이 조화롭기 때문이다.
대자연이 아닐지라도 자연에 순응하는 눈을 가지면 도시 안에서도 소박한 자연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마주하는 소박한 아름다움은 잔잔한 미소를 불러준다.
도심 속 자연을 마음에 품게 되면 그것을 심상에 그려내는 여정이 시작되고,
무한의 생명을 머금은 자연의 영속성을 이미지로 재현할 수 있게 된다.
검은색 먹에 숨겨진 깊은 가치를 생각한다.
먹은 단순한 색의 의미를 떠나 모든 유채색을 떠받드는 분모와 같은 존재다.
그래서 표현의 한계를 넘나드는 무한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나는 주로 선이라는 조형적 요소를 이용해 자연의 ‘정서적인 쾌감’을 표현한다.
선은 자연을 암시적으로 표현하는 나의 감정을 드러내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내 작업의 코드는 먹과 선을 이용해 자연 景物(경물)을 마음의 눈에 기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