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살던 동네에서는 앞집 옆집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모여 잔치도 열었다.
그리고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은 모두 함께 공감해주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세상은 동네에 누가 사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 정이 없는 암흑도시(暗黑都市)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고달프고 힘들어서 변해 버린 것인지 모르겠다.
낡은 집들은 무너지고 스마트한 도시로 발전되면서, 고층 빌딩, 상가, 아파트, 자동차가 더 흔해졌다.
이전과 다르게 현대인의 사고는 보다 개인 중심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비록 사회가 발전하면서 편리하고 윤택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이웃들의 따뜻함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렇게 이웃들의 정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을 화폭에 과거와 현대의 모습을 결합해서 표현하였다.
그림 속에 흔히 볼 수 없는 것들인 낡은 집, 포장마차(분식집), 이웃들의 모습들을 그렸다.
이러한 따뜻한 기억이 작업의 모티브(Motive)가 되고 있다.
기억 속 모습을 담기 위해서 지도의 로드뷰처럼 동네를 확대하기도 하고 축소하기도 하면서,
내 기억 속 장면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다시점(多視點)을 이용한다.
전통 산수화에서처럼 고원(高遠), 심원(深遠), 평원(平遠)으로 좋아했던 장소를 배치한다.
해가 뜨고 저물어가는 과정, 밤이 되어 달이 뜨는 과정의 시간을 오전-오후-밤의 시간의 순서로 배경에 배치한다.
하루가 시작되고 끝나가는 과정들을 어린 시절 추억과 함께 회상하며 그 시절의 분위기를 담는다.
작품 속에서 기억의 공간들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익숙한 듯한 이미지 파편을 재배치하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새롭게 창작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보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감정이 전달되어, 각자의 추억을 회상 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편안한 안식과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